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리뷰 - 나도한번 주절주절

서점의 추천 도서/인기 도서 코너의 한 켠을 수북이 채우고 있는 책이 있다. 이른 바, "자기 계발서"라 불리는 녀석들은 왜 우리가 성공에 이르지 못했는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꽤나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적어도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우리를 열정에 불타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비록 며칠 후에 완벽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 문제지만.

난 사실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싫어한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책에 담겨져 있는 내용 하나하나가 거짓은 아니겠지만,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이 내 삶에 의미있는 차이를 만든다고는 믿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내가 처해 있는 이 상황은 "안정 상태steady state"이고, 그 안정성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주변 환경이나 배경을 고려치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주입받는 충고나 교훈의 가치가 얼마나 클까?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겪은 고난 및 극복 과정에 나를 어거지로 대입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꺼다. 말콤 글래드웰Malcomb Gladwell은 그러한 사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는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통해, 성공자들의 비결은 보편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배경에서만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가정 환경이나 인종적 특성, 문화적 특성, 그리고 우연 등등 모든 배경 위에 그들의 성공이 만들어졌다는 거다. 어쩌면 <아웃라이어>는 反자기 계발서로 분류되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성공을 시작합니다...... 아 안되잖아.

<아웃라이어>에는 다양한 "성공한 사람들"과 그들의 성공에 도움이 된 "결정적이지만 하찮은" 이유가 등장한다. 이를테면,
  • 캐나다 하키 선수들 - 같은 연도에서 빠른 생일(1, 2, 3월)
  • IT기업가들 - 태어난 연도
  • 로펌 경영자 - 문화적 배경
  • 아시아인의 수학數學 능력 - 언어적 특성, 벼농사 문화
이와 같은 것들이다. 모든 부분에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색다른 시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꽤나 설득력이 있다. 아니, 타고난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이 결합되어 성공을 이뤘다는 뻔한 이야기보다는 "그럴 듯" 하다. 같은 재능과 같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아웃라이어>는 여러 가지 생각할꺼리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 꽤나 괜찮은 책이다.

성공에 대한 정의

그러나, <아웃라이어>를 통해서 실천적인 교훈을 얻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웃라이어>의 뒷표지에서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타고난 지능, 탁월한 재능,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이 정말 성공을 보장하는가?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성공의 비결은 모두 틀렸다.!

성공한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이점과 특별한 기회요소, 그리고 문화적 유산과 역사적 공동체의 혜택을 누려왔다! 재능과 지능, 놀라운 성공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 '상위 1%의 성공과 부의 비밀"을 밝히는 경영교양서!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을 규정하는 건 무엇일까? 성공의 원인을 들자면 그들의 능력이 남에게 뒤쳐지지 않았고, 거기에 좋은 상황이 덧붙여졌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했다/아니다를 논하는 기준은 결국 상대적인 것, 남들과의 경쟁을 이겨냄으로써만 얻어지는 것이다. 즉, 성공하는 사람은 일부일 수 밖에 없으며, 달라지는 건 일반 대중들의 평균적인 수준일꺼다. 상향 평준화된 사회에서 성공을 얻어내려면 그만큼 더 분투해야 한다는 걸 작금의 한국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심하게 말하면, 경쟁 집단은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나 혼자만 달라져야 상대 우위를 얻는다. 그런데 그나마 선천적인 조건/환경 조건이 곱해지면, 일부만이 성공에 이르게 된다는 거다. 결국, 개개인이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이른 바 "10000시간"을 채우는 수 밖에 없다. "10000시간 성공론"이 얼마나 설득력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스스로의 정의처럼, "교양서"로 가볍게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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